“콜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장난 전화, 성희롱, 폭언이 매일 매시간 있다 보니 정신적으로 고통스럽다. 회사에서는 함부로 통화를 못 끊게 하고 선종료 멘트만 해도 바로 감점 처리를 해버려서 죽겠다.” (직장인 A씨)
“공공기관에서 주차장 관리를 하고 있는데 주차금지구역에 주차한 사람들에게 차를 빼달라고 얘기하면 대부분 소리를 지르거나 욕을 하면서 화를 낸다. (주차장) 이용자가 제 민원을 올렸는데 기관에선 이걸 이유로 근무평점에 불이익을 줬다.” (직장인 B씨)
고객의 폭언 등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(감정노동자 보호법)이 시행된 지 5년이 됐지만 직장인 10명 중 6명은 여전히 회사가 노동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.
3일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이 지난달 4~11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, ‘회사가 업무와 관련해 제3자 폭언 등으로부터 노동자를 잘 보호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’는 질문에 58.8%가 ‘잘 보호하지 못한다’고 답했다. ‘잘 보호하지 못한다’는 응답은 실무자급이 61.5%로, 상위 관리자급(33.3%)의 2배에 달했다. 직장인 10명 중 8명 이상(83.9%)은 학부모, 아파트 주민, 고객 등 민원인 갑질 문제가 ‘심각하다’고 답했다.
지난 7월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누구의 잘못이 큰지를 물어본 결과, 학부모라는 응답이 59.0%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. 33.6%는 교장·교감 등 학교 관리자, 교육청, 교육부 등 교육당국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답했다.
2018년 10월 시행된 산안법 개정안은 회사가 고객 등 제3자의 폭언을 예방하고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규정한다. 필요하면 업무의 일시적 중단·전환, 휴게시간 연장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. 만일 회사가 업무의 일시적 중단·전환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. 하지만 직장인 10명 중 3명(29.2%)은 산안법에 이런 조항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.
직장갑질119는 “지금이라도 고용노동부는 감정노동자 보호법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·홍보를 실시하고, 사용자가 법에 따른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관리·감독해야 한다”고 밝혔다.